"혼자서 134억 투자" 줄줄이 완판…부자들 '뭉칫돈' 몰린다

입력 2024-02-05 06:01   수정 2024-02-05 14:10


고액자산가들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와 원금을 받는 기업 대출 관련 투자 상품에 몰리고 있다. 개인별 최소 투자금액이 수억원에 달하는 상품도 줄줄이 ‘완판’이다.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 상품들이 고금리 직격탄을 맞자 자산가들이 대안처를 찾고 있어서다.
사모대출펀드에 몰리는 부자들...한 사람이 1000만달러 투자도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작년 10월 말부터 해외 사모대출펀드(PDF) 상품 두 개를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출시해 약 3개월간 총 1000억원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상품 모두 글로벌 운용사 아폴로와 협업해 미국 비상장 대기업 선순위 담보대출에 분산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가입 문턱이 최소 3억원 이상인 이들 펀드를 고액자산가들은 인당 평균 15억원어치 사들였다. 한 자산가는 달러형 PDF에 1000만달러(약 134억원)를 투자했다. 가족 예탁자산 100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 전담 조직을 이끄는 박용재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2센터 지점장은 “최근 대체투자 트렌드가 부쩍 사모대출로 옮겨가고 있다”며 “고금리 수익을 낼 수 있다보니 달러 자산을 불리려는 이들이 아예 달러로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PDF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기업에 돈을 빌려줘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고금리 시기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부담스러운 중신용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다. 신용등급이 낮지만 성장성이 큰 스타트업, 상장 전 투자가 필요한 비상장기업, 구조조정을 마치고 사업을 정상화하는 기업 등이다.

대출 기반 상품이다보니 지분에 투자하는 사모펀드(PEF)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대신 손실 위험이 적다. 돈을 빌려준 기업의 주가나 실적이 어떻든 원금과 이자수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업의 주식을 선순위 담보로도 잡는다.

CLO펀드도 '완판' 행진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펀드도 인기가 뚜렷하다. 기업 담보대출(레버리지 론)을 모으고, 이들을 통해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구조화한 수익증권 기반 펀드다. 200~300여개 담보대출 상품을 하나로 구조화해 리스크가 분산되는 게 특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10월 말 글로벌 운용사 칼라일과 손잡고 해외 CLO 상품을 두 개 출시해 총 75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이들 펀드도 최소투자금액이 3억원이상이었지만 자산가들이 앞다퉈 사들였다.

작년 9월 450억원 규모로 출시한 1차 펀드는 수요조사 기간에 조기 ‘완판’됐다. 같은해 11월 300억원 한도로 추가 설정한 2차펀드도 다 팔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중 3호 CLO 펀드를 추가 설정해 내놓을 예정이다.
"금리 변화 등 시장 변동성 큰 시기에 유리"
기업 대출 관련 투자시장은 기존엔 연기금과 헤지펀드,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가 위주였다. 최근 개인투자자로도 시장이 확대된 것은 고금리 환경에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와 기업 각각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영향이다.

기업들은 민간에서 자금을 모으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데다 최근 은행들이 대출 문을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는 지난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4회 연속 동결했다. Fed는 시장이 당초 예상한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금리 인하 시기를 예단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고액자산가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출을 해주려는 수요가 높아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기업 대출에 투자하면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다. 고금리 시기 발행된 대출에 투자하면 비슷한 등급의 채권 등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 최근 출시되는 해외 PDF는 연 10%가량, CLO는 8%가량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입장에선 금리가 낮아져도 딱히 아쉬울 게 없다는 게 프라이빗뱅커(PB) 등의 설명이다. PDF와 CLO 모두 시중금리에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더하는 구조라 다른 상품보다 수익률이 유리하기 쉬워서다. Fed 등이 금리를 내려도 바뀐 금리는 곧바로가 아니라 통상 수개월 뒤에야 상품 수익률에 반영된다.

김 지점장은 “금리가 내리면 운용사는 통상 펀드의 규모를 키워 수익률을 높인다”며 “금리가 내리면 그만큼 기업의 민간 대출 수요가 높아져 펀드가 굴리는 돈의 총액을 늘리기도 쉽다”고 했다. 그는 “다만 대출 대상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도 있는 만큼 글로벌 대체 시장에서 스크리닝(선별) 능력과 경험이 높은 증권사나 운용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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